사막하면 연상되는 것 '이글거리는 태양', '타는듯한 더위', '끝없이 펼쳐진 모래', '풀한포기 없는 황무지', '낙타를 타고 이동하는 아랍 상인', '오아시스' 정도이고, 사막을 공부한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는 '전갈과 뱀, 도마뱀, 사막여우' 등의 동물들도 떠오를지 모르겠다.
4계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고 푸른 산과 들판이 있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사막은 생경하고, 낯설뿐만 아니라 TV 프로그램에서 잠깐 만나본 곳이라 미지의 세계이기도 하고, 어쩌다 베두인과 강도들이 나타나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접한 사람이라면 사막은 두려운 곳이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 역시도 사막에 대한 크게 다르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사막을 처음으로 동경하게 된 것은 영화 한편 때문이었다.
대학시절, 충무로에 자리잡고 있던 대한극장이 문을 닫으면서 마지막으로 극장의 초대형 스크린에서 상영했던 아라비아 로렌스 영화를 친구들과 함께 본적이 있다. 이영화는 골든 글로브 작품상,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고 미국 영화 연구소에서 선정한 100대 영화 리스트에 올린 당대 최고의 영화이다.
영국 육군출신으로 로렌스가 이집트의 카이로를 출발하여 수에즈를 건너 사막을 지배하고 있는 지도자인 파이샬 왕자를 만나 터키군을 공격하던 다이나믹한 스토리 전개와 긴장감으로 인해 한시도 눈을 뗄수가 없었던 기억이 남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은 로렌스가 사막 위를 비행하던 장면과, 말을 타고 달리던 사막의 경관이다.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영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도 손꼽히는 스펙타클한 장관을 이뤘었다
UAE에 도착한 첫해 겨울 무렵 생애 첫 사막을 여행했다. 세계 3대 사막으로도 분류되는 거대한 룹알할리 사막의 가장 꼬리부근에 위치한 알 와트바(Al Watba Desert) 사막으로 두바이에서 불과 50여분 떨어진 곳이었다. 지인분들의 초대로 치킨과 피자를 사들고 캠핑의자 하나들고 사막으로 향했다. 3시간여 어른들은 싸온 음식을 먹고 수다를 떨고, 아이들은 온몸에 모래를 뒤집어 쓰며 사막의 듄을 굴러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왔다.
즐겁게 놀았지만 아이들의 머리털속에까지 박힌 모래들을 씻어내느라 1시간여 샤워실을 점거해야 했고, 온몸에 뒤집어 쓴 모래들이 집안에 흘러들어와 청소기가 몇일동안 모래로 곤혹을 치루고, 사막을 다녀온 차량의 외관과 내부도 모래들이 시트 깊숙히 박혀 청소하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막의 특별함 보다는 사막을 다녀온 후의 엄청난 집안일 후폭풍을 시달려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준 사막의 첫 경험이었다 .
그리 달콤하지 않았던 첫 경험으로 인해 한 동안 사막을 생각속에서 지우고 있었다. 이곳에 온지 몇해지나 한국에서 부모님이 오시면서 매주 주말이면 어딘가로 떠나야 했는데, 더이상 갈곳이 없어질 때즈음 리와(LIWA) 사막을 가보기로 했다.
두바이와 아부다비에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리와(LIWA) 사막은 룹알할리 사막의 심장부를 향하는 곳으로 심장부에 가까워질수록 모래의 색깔이 점점 붉어지더니 리와에 도착하니 정말 빨강 물감을 흐트려 놓은듯 붉은 사막이 펼쳐졌다.
겨울 해질녘 서해 바다에서 바라보던 붉은 석양과도 같은 아름다운 붉은 사막이었다. 네셔널 지오그라피에서나 나올법한 곳으로 사막의 듄이(Dune, 봉우리)들이 태백 산맥에서 바라보는 산 봉우리들처럼, 태평양 바다의 파도처럼 지평선의 너머까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끝도 없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부모님과 아이들이 모두 입을 크게 벌리며 '와~ 예쁘다, 멋있다, 환상적이다'의 감탄사를 연발한다. 그 아름다움에 차를 세워놓고 모래로 향한다.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 신발을 벗고 그냥 바다로 뛰어드는 것처럼 너도 나도 할것 없이 함성을 크게 지르며 붉은 모래로 첨벙 첨벙 뛰어든다.
높은 듄에 올라 사막 지평선 넘어로 넘어가는 태양을 바라보기라도 한다면 붉게 물든 하늘과 붉은 사막이 혼연일체가 되어 어디가 땅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진다. 온세상이 붉은 실루엣으로 감싸놓은 것처럼 아름답다. 오랜동안 넋을 놓고 사막을 보다 보면 바다를 바라보는 것과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사막의 듄들은 넘실대는 파도로 변하고 태양빛이 사막에서 반사되어 눈에 비추이면 아라비안 나이트의 동화속에라도 온것같은 환상에 사로 잡힌다.몰디브에는 아름다운 에머랄드의 바다가 있다면, 중동에는 붉은 너울이 넘실대는 아름다운 광활한 사막이 있다.
카메라를 꺼내 사막의 어디를 찍어도 사진작가의 사진과 견줄만하다.
사막의 활용점정은 까만 어둠속에서 쏟아지는 별빛이다. 세상에 이렇게나 별들이 많았던가? 광산에서 보석을 캐내듯 하늘의 어둠속에 숨어있던 빛나는 다이아몬드들을 발견할수있다. 원시의 어둠에서 빛나는 창조주의 보석들이다.
사막의 자연을 눈으로 보았다면 이제 사막을 오감으로 맛보고 온몸으로 경험할 차례이다.
사막에서는 4000cc의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랜드쿠르져를 타고 듄을 쓰러질듯 곡예 운전과 오프로드 드라이빙을 맛볼수 있다. 한단계 더 높은 짜릿함을 원한다면 조그마한 사막용 사륜 바이크를 타기를 추천한다. 급격한 경사면을 오르내리며, 경사면을 따라서 옆으로 달리면 에버랜드의 T-Express, 아부다비 페라리월드의 롤러 코스터를 타는 짜릿함과 견줄만 하다. 특히 컴컴한 밤에 사륜 바이크를.사막에서 타는 경험을 해볼수 있다면 그야말로 머리카락이 쭈뼛서는 아찔함이 있다.
통상 사막하면 듄 드라이빙과 낙타 타기를 많이 하는데 리와의 모래 사막은 밀가루처럼 고와서 모래를 손으로 떠서 올리면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고 공중에 뿌리면 바람을 타고 흩날린다. 이때문인지 리와 사막에서는 스노우보드와 썬글라쓰를 쓰고 높은 정상에서 스노우보드를 타듯 사막 듄배싱을 하는이들을 종종 찾아볼수가 있다. 스노우 보드가 없는 사람들은 마트에서 파는 플라스틱 듄배싱 용품을 타거나, 이마져도 없는 사람들은 엉덩이로 눈썰매를 타는 모습을 찾아볼수가 있다. 옛날 시골에서 타고놀던.비료포대를 들고와도 재미있을만한 곳이다.
사막에서 경험할수 있는 신기한 활동 중 하나는 'Sand Singing'이다. 처음 이 단어를 들었을때는 누군가 잘못 이야기 하는줄 알았다. 직역하면 모래가 노래한다는 것인데, 사막의 모래가 어떻게 노래를 하지? 사막에 가면 배두인이 노래를 불러주는 프로그램이 있는건가 라고 생각했다. 하루는 사막 듄의 경사면을 걸어가는데 어디선가 '뿌우~~'하는 뱃고동 소리가 들려온다. 옆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는데.. 어디서 들려오는 거지? 경사면을 큰 걸음으로 다시 걸어보니 또 뱃고동 소리가 들린다. 가족들이 모두 신기해하며 경사면을 힘차게 걸어본다. 모래들이 흘러내리면서 뱃고동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린다. 어쩌면 배들이 정박한 항구에 와 있는 느낌이랄까? 리와 사막에 간다면 꼭 한번 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사막의 클라이막스는 바베큐 굽기와 캠프 파이어이다. 사막에서 활동을 하고 난후 배가 심하게 고파지기 시작할때즈음 캠핑 장비들을 꺼내 숯에 불을 피우고 그릴에 고기를 올려 바베큐를 시작한다.
지글지글 숯불에 구워지는 고기들을 입으로 가져가면 입속에서 터지는 육즙의 맛이 일품이다. 사막에서는 소고기도 맛이 있지만 양고기 램챱(양 갈비)는 가히 백만불짜리 맛이니 강력 추천한다
고기를 먹고 준비한 장작에 불을 붗이면 습기하나 없이 바짝 장작들이 마치 마른 가지들 타오르듯이 활활 타오른다. 불꽃이 피어오르듯 친구들과 이야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온 삶의 피로와 찌들고 힘든 순간들과 스트레스들, 누구에게나 하나 쯔음 있는 힘겨움들을 나누다 보면 피어오르는 불꽃처럼 하늘을 향해 하나둘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준비해둔 고구마를 캠프파이어의 잔잔한 숯불에 구워 먹으면 고구마의 달콤함처럼 인생의 감사한 것들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 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에 인생이 달콤함이 깃들고 채워진다.
이렇게 사막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건인가? 보고 또 봐도 예쁘고 사랑스런 연인처럼, 먹고 또 먹어도 다시 생각나는 맛있는 초콜렛과 아이스 크림처럼... 날씨가 선선해지는 겨울이 시작되면서 또 다시 '사막 여행'을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자석에 이끌린것 처럼 사막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올 겨울 또다시 리와 사막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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